뇌와 혈관 잇는 ‘비밀 통로’, 노화·치매 대응할 열쇠

지식2024-03-29 14:50:4784

뇌와 혈관 잇는 ‘비밀 통로’, 노화·치매 대응할 열쇠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우리 몸과 정신이 정상 작동하려면 두뇌가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뇌는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고, 또 많은 노폐물을 만든다.

일정 수준의 노폐물 처리는 뇌 속에서 해결된다. 하지만 어느 한도 이상의 노폐물은 뇌 밖으로 배출해서 순환계가 수거해야 한다.

노화나 질병으로 인한 뇌 기능 이상이 뇌의 노폐물 처리 능력 저하와 연결된다는 연구를 종종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용은 건강과 직결된다. 하지만 뇌 속 노폐물이 순환계(혈관과 림프관)로 나가는 배출구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통적으로 뇌는 순환계와 단절된 것으로 생각됐다. 그래서 뇌가 노폐물을 순환계로 내보낸다는 최근 연구들은 뇌과학자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지금까지는 찾을 수 없던 곳에 노폐물 배출을 위한 ‘비밀 통로’가 있을 것으로 짐작됐기 때문이다.

비밀 통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뇌가 어떻게 외부와 분리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뇌는 겹겹이 싸인 보호막을 가졌다. 뇌의 바로 바깥에는 연막, 그 바깥에는 지주막, 또 그 바깥에는 경막이 차례로 존재한다. 이렇게 ‘삼중 포장된’ 두뇌는 두개골로 한 번 더 튼튼하게 감싸여 있다. 뇌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결코 ‘과대 포장’이라고 할 수 없다.

지주막의 안쪽 부분, 즉 연막과 뇌는 뇌척수액이라는 액체로 적셔진 구역이다. 지주막의 바깥쪽인 경막은 혈관과 림프관이 지나는 순환계 공간이다. 뇌와 순환계 사이의 비밀 통로는 바로 이런 경막과 지주막을 이어줘야 한다.

조나단 키프니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 보호막의 세포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한 유전적 발현 분석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뇌를 포장하는 연막과 지주막은 생쥐의 경우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100번을 모아야 샤프심 두께에 견줄 만한 이 얇은 조직을 채취해 냈다.

이를 낱낱의 세포로 분리하고 세포 각각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막과 지주막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보를 활용해서 키프니스 교수팀은 오직 지주막 세포만 형광으로 빛나는 유전자 조작 생쥐를 만들었다. 이제 지주막과 경막을 이어주는 ‘번쩍거리는’ 비밀 통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막을 지나는 혈관은 곳곳에서 경막과 지주막을 밀고 뇌 가까이로 접근하며 ‘연결 정맥’이라는 구조를 형성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지주막이 빛나는 생쥐의 연결 정맥에서 특이한 구조를 발견했다.

지주막 세포는 대개 빽빽하게 서로 붙어서 막을 만들지만, 연결 정맥 근처에서는 듬성듬성한 그물 같은 모양으로 혈관을 감싸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지주막 근개 출구’라고 이름 붙이고,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지주막 근개 출구가 뇌와 혈관 사이에 물질이 드나드는 비밀 통로라는 점을 발견했다.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을 통해 사람에게도 이 구조가 존재함을 밝혔고, 뇌와 혈관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런 비밀 통로는 꼭 뇌와 혈관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뇌와 림프관을 잇는 통로가 발견되기도 했다. 뇌와 순환계의 물질 교환은 노화나 치매 등 우리가 아직 대처하지 못한 현상과 관련되어 있기에, 앞으로 여러 종류의 비밀 통로를 찾아내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인류 건강도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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