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시대에 뒤처진 부동산 거래 통계, 손볼 때 됐다

백과2024-03-29 06:54:07374

[서미숙의 집수다] 시대에 뒤처진 부동산 거래 통계, 손볼 때 됐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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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고일' 기준 거래량 통계…'계약일' 기준 서울시 통계에 비해 '후행'

신고일·계약일 기준 차이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최근 3년간 8번 엇갈려

서울시, '정부통계와 왜 다르냐' 민원에 계약일 기준 통계 제공 중단

공급대책 내놨는데 공급·입주 통계 '깜깜이'…"후진적 통계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상반기 주택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급매물을 매입하려고 거래량 통계를 유심히 보던 직장인 박모(35) 씨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거래량이 서로 다른 것은 물론, 한쪽은 거래량이 줄었는데 다른 한쪽은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4월 거래량은 2천981건으로 전월(3천234건) 대비 7.8% 감소했다.

반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4월 거래량은 3천186건으로 부동산원 조사치보다 200건 넘게 많았고, 전월(2천983건)보다도 6.8%가 증가했다.

박씨는 "작년 초 서울이 규제지역에서 대거 풀리고, 특례보금자리론 대출도 시작되며 분위기상 거래량도 늘어날 줄 알았는데 정부 통계는 거래량이 줄어서 갸우뚱했다"며 "처음에는 두 통계의 차이를 몰라서 집을 사야 할 시점에 의사결정을 앞두고 잠시 혼란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두 통계의 차이는 뭘까.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신고일' 기준 정부 거래통계…"시장상황 실시간 반영 한계"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택 거래량은 통계청 승인 통계로, 거래 당사자가 시·군·구청에 거래신고를 한 '신고일' 기준으로 수치가 집계된다.

예를 들어 실제 계약이 3월 15일에 이뤄졌다 해도 실거래가 신고를 4월 10일에 했다면 3월 거래량이 아닌 4월 거래량 통계로 잡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공개하는 통계는 매일 갱신되는 국토부 실거래가신고 자료를 '계약일' 기준으로 따로 분류해 수치를 공개한다.

위 사례에서 매매 당사자가 4월 10일에 거래신고를 했더라도 3월 15일에 계약이 된 것이므로 3월 거래량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즉 정부가 발표한 4월 거래량 2천981건에는 실제 4월 계약물량 일부와 3월 계약물량 일부가 섞인 것이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는 순수하게 4월에 거래된 계약 건수만 합한 수치다.

정부가 발표하는 신고일 기준의 거래량은 당월에 신고가 됐다는 것일 뿐, 온전한 당월의 거래량은 아닌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3∼4월 서울 아파트 시장은 연초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전년도의 극심한 거래 절벽을 딛고 급매물이 팔려나갔던 시기"라며 "계약일 기준 통계에서 보듯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맞다"고 말했다.

두 통계는 발표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

정부의 거래량 통계는 지자체로 들어온 실거래가 신고 건을 한국부동산원이 취합, 정리해 국토부가 매월 말에 직전 월의 거래량을 언론에 발표하고, 부동산원 홈페이지에 상세 거래 건수를 공개한다.

이에 비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매일 전일 거래량을 집계해 누적된 숫자를 업데이트해서 보여줬다. 당월의 통계가 한달 뒤에야 공개되는 정부 통계와 달리 실시간으로 거래량 변화 파악이 가능하다.

경기도 역시 도가 자체 운영하는 경기부동산포털에 서울시와 같은 방식으로 '계약일' 기준의 거래량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집계 방식이 다르다 보니 월별 거래량 수치도 차이가 난다.

서울시 담당 부서에는 "거래량 수치가 정부 발표와 왜 다르냐"며 문의하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 온다고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부동산 포털 상단에 '부동산거래 신고자료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하여 제공'한다고 명기돼 있지만, 통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토부와 부동산원이 홈페이지에 '신고일 기준의 통계'라고 알리지 않은 것도 혼란을 가중했다.

서울시가 2010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처음으로 정부와 다른 계약일 기준의 거래량 통계를 공개했을 때 국토부는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정확한 거래량 통계는 신고일이 아닌 계약일 기준"이라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도 거래량 통계는 신고일이 아닌 계약일 기준으로 분류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신고일 기준 통계는 거래신고 기간의 시차로 인한 착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신고제 도입 직후 당시 실거래가 신고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였으나, 2007년부터 신고 기한이 60일 이내로 완화됐고 2020년 2월부터는 다시 30일 이내로 단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택이 1월에 팔렸다면 신고 기한이 60일 이내일 때는 3월 말, 신고 기한이 30일인 현재는 2월 말이 돼야 최종 거래량이 확정되는 구조다.

정부가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 기준의 통계를 공개하는 것은 이런 신고 기한의 시차를 감안한 집계의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다.

매월 거래량 통계를 공개해야 하는데, 과거 신고 기한이 60일이나 되다 보니 발표 시점에 미처 신고되지 못한 계약들이 많았던 것이다.

4년 전부터는 신고 기한이 30일로 바뀌었고, 정부도 거래량 통계를 한 달 뒤에 공개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고일 기준의 거래량만 공개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매매, 전월세 거래량. 종전 거래량 수치는 삭제하고 그래프로 대체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화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매매, 전월세 거래량. 종전 거래량 수치는 삭제하고 그래프로 대체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화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 계약일·신고일 통계 불일치…서울 아파트 3년간 8번 엇박자

이러한 신고 기한에 따른 시차로 인해 신고일 기준 통계는 계약일 기준 거래량과 비교해 대체로 시장 상황에 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계약일 기준 통계는 당월에 계약된 것만 포함되지만, 신고일 기준 통계에는 전월의 거래량이 섞이면서 '뒷북 통계'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예컨대 9월 말 중단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에 따른 시장 파급 효과를 보고 싶어도 정부가 발표하는 10월 거래량에는 대출 중단 전의 9월 계약 건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시장의 변화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계약일 기준 통계가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데 더 빠르고 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연합뉴스가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동산원의 신고일 기준 거래량과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의 실거래가 자료를 계약일 기준으로 분류해 월간 거래량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 3년간 신고일 기준 통계와 계약일 기준 통계가 총 8번에 걸쳐 증감 추이가 엇갈렸다.

2021년과 2023년은 각 한 번의 불일치가 발생했는데, 거래량이 급감했던 2022년에는 2·3·5·8·10·11월 등 6번이나 엇박자가 났다.

2022년 2월 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817건으로 1월(1천99건)보다 감소했는데, 부동산원의 신고일 기준 거래량은 2월이 1천404건으로 1월(1천281건)보다 증가했다.

또 작년 3월 거래량은 계약일 기준이 1천426건으로 2월보다 늘었는데, 신고일 기준 거래량은 1천236건으로 2월보다 줄어 시장에선 거래량이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를 놓고 혼란이 일었다.

같은 기준으로 조사 기간 3년 동안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총 3번, 경기도는 5번의 불일치가 있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신고 기한 때문에 단기 월 단위로 볼 때는 거래량 증감 결과가 엇갈릴 수 있지만 장기 시계열로 보면 신고일이든 계약일 기준이든 동일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통계 이용자들이 단기 숫자만 보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시장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돌연 계약일 기준 거래량 숫자 통계를 삭제했다. 대신 추이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역시 매매와 함께 전일 신고 건을 '계약일' 기준으로 분류해 공개해왔던 전월세 거래 건수도 없애고 그래프로 대체했다.

대신 매매와 전세 모두 부동산원 홈페이지의 신고일 기준 통계를 링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통계와 수치가 다르냐는 문의와 민원이 많아서 앞으로 계약일 기준 수치는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일 통계가 궁금하면 앞으로는 사용자가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서 실거래가 내역을 지역별·연도별로 내려받아 통계를 직접 생산해서 보라는 것이다.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1·10대책 수혜 대상은 얼마?…대책 내놨는데 통계는 깜깜이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 부동산 통계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사용자가 아닌 조사자 편의주의식의 분류와 조사 방식에 대한 공무원식 발상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거래량 통계만 해도 정부 승인 통계를 계약일 기준으로 바꾸거나 계약일 기준의 보조 통계를 생산해 신고일 기준과 함께 공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며 무시했다.

정부 부동산 통계의 후진성과 경직성은 거래량 통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10 대책에서 소형 주택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국토부가 발표하는 주택·건축 인허가 통계를 통틀어 도시형 생활주택은 있어도 별도의 오피스텔 통계는 따로 없다.

입주 예정 물량도 정부 공식 통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집값을 예측하는 데 있어 입주 예정 물량은 필수 항목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가 집계한 준공허가 통계만 매월 공개할 뿐, 향후 입주(준공) 예정 물량은 공개하지 않는다. 인허가나 착공 통계로 유추해볼 뿐이다.

부동산원이 얼마 전부터 부동산R114와 손잡고 연 2회 향후 2년 치 입주 물량 정보를 공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수치가 서울시가 집계한 입주 물량 전망치와 달라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부동산원과 R114가 지난해 8월에 공개한 2024년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1만6천681가구다.

여기에는 당시 공공분양·임대, 청년주택 중 실제 사업진행(모집공고)이 확인되지 않은 물량 정보도 반영해 정확성을 향상시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2024년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2만5천가구로 이보다 8천300가구 이상 더 많다.

최근까지 시장에선 입주자 모집공고 자료를 토대로 민간이 산출한 내년 서울 아파트 물량이 1만가구에도 못미쳐 공급부족과 전셋값 상승 우려가 클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정부는 이런 입주 물량 감소에 대비해 다세대·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아파트 입주 물량이 얼마나 줄고, 오피스텔 인허가 물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대책의 수혜 대상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수치를 공개하지 못했다.

정확한 통계는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자 미래에 대비하는 바로미터다.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한데 정부 나홀로 보는 통계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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