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위·송지은 '장애 극복 사랑' 기사 문제 있다

탐색하다2024-03-29 23:11:3376

박위·송지은 '장애 극복 사랑' 기사 문제 있다

[비평] 박위·송지은 결혼에 ‘장애 극복 사랑’ 표현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여기는 비장애인 중심 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결혼 특수한 것으로 간주
▲ 연합뉴스 TV '[뉴스메이커] 장애 극복한 '사랑' 결실…송지은·박위 올가을 결혼' 2024. 3. 13 보도화면 갈무리.
장애인 유튜버와 연예인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 언론이 '장애 극복 사랑'이라며 비장애인 중심의 차별적 표현을 쓰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의 결혼을 특수한 사례로 간주하는 관점도 문제로 꼽힌다.

유튜브 채널 '위라클'(Weracle)을 운영하며 장애 관련 정보를 담은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는 지체장애 유튜버 박위와 가수 겸 배우 송지은은 최근 결혼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다수 매체는 이들 소식을 보도하는 기사 제목에 '전신마비 극복한 사랑', '장애 극복한 사랑' 등을 붙였다. 다음은 주요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JTBC <전신마비 극복한 사랑…송지은·박위, 10월 9일 결혼설>

연합뉴스TV <장애 극복한 '사랑' 결실…송지은·박위 올가을 결혼>

뉴시스 <송지은♥박위, 10월 결혼설…전신마비 극복한 사랑>

뉴스1 <시크릿 송지은♥전신마비 극복 박위, 열애 발표…전효성·정하나 "축하해">

머니투데이 <'전신마비 극복' 송지은♥박위, 10월 결혼?…박위 '묵묵부답'>

스포츠경향 <송지은♥박위, 전신마비 극복하고 10월 결혼···웹툰 같은 러브스토리>

스포츠서울 <송지은♥박위, 10월 결혼설…전신마비도 극복한 사랑꾼 커플>

'장애 극복'은 장애를 극복해야 할 역경이나 고난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차별 표현이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지난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극복돼야 할 장애라는 게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싶다"며 "장애는 일시적 질병이 아니듯 극복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닌데, 극복해야만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상정해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를 불쌍하고 동정적인 대상으로 그리며 선입견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장애 극복 서사'는 문제적"이라며 "장애인의 능력을 제한적으로 규정하며 장애인에 대한 통념을 인정해버리는 표현"이라고 했다.

▲ 송지은과 박위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전신마비 극복'이란 표현을 쓴 언론보도 갈무리.
홍윤희 장애 이동권 증진 콘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도 이날 통화에서 "남의 시선에서 '저 사람은 장애를 극복했네'라며 언론보도 제목으로 뽑고 그 안의 맥락을 다 소거해버리는 것은 문제"라며 "뉴욕타임스에선 'disabled'(장애를 가진)라는 단어를 장애 당사자의 성과 등을 이야기할 때 제목에 쓰지 않는다. 장애 당사자인데 이런 '기특한' 행동을 했다는 등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장애 당사자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 극복 사랑'이란 표현을 쓰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을 강조한 보도들도 비판 대상이다. 홍윤희 이사장은 이를 "장애를 '극복'한 성공한 장애인 유튜버가 결국 연예인 비장애인 여성과 결혼한다며 기존 편견과 들어맞는 논리, 우리 주변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이 많이 없으니 특이하다는 식의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장애 당사자 입장에선 결혼은 원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극복'이란 말을 붙이면 저 유튜버 정도 돼야지 결혼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지적이다.

홍 이사장은 "이런 수식은 '장애인은 결혼할 수 없다'며 사람들 심리에 깊이 깔려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기 위한 표현"이라면서 "'장애인인데 연예인과 결혼했어'라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극복이란 표현은 개인의 주관적 개념인데, 다른 사람들이 극복해야 된단 식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다수 언론이 본문에서 사용한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했다'는 문장은 '극복'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 이사장은 "자신 몸의 능력을 향상시킨 건지, 장애 인식 개선을 하게된 건지, 결혼 상대방이 편견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했는지, 장애 편견을 누가 극복했는지 주체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박위는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재활을 통해 현재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언론이 '전신마비를 극복했다'고 이름 붙이는 것에 대해선 장애가 재활로 극복될 수 있다고 여기게하며 장애 자체를 개인의 특성으로 존중받지 못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백선영 국장은 "재활 치료를 받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재활 프레임'도 문제"라며 "사실 재활로 장애를 극복하기 어려울뿐더러, 장애 자체가 개인의 특성으로 존중되고 수용돼야 하는데 꼭 노력해서 비장애인처럼 돼야 한다는 공고한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국장은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장애를 장애로 만드는 사회로부터 어떻게 해방돼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홍 이사장도 "유튜버 박위씨의 콘텐츠에 보면 재활 과정이 나오는데 이를 보고 본인이 아닌 남이 '장애 극복'이라며 이름 붙이는 건 문제"라며 "모두가 그 정도의 재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도 있는데 성공한 장애인에 수식어를 붙이며 '장애 극복'이라고 쓰면 다른 장애인들에게 불필요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공고문에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을 쓴 A광역시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해당 표현이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 홍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와 A광역시에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할 것도 요청했다. A광역시는 '제9회 장애인 대상' 공고문에서 타인의 귀감이 된 장애인에게 '장애극복부문' 상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공고문에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을 쓴 A광역시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해당 표현이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 홍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장애극복'이란 표현이 장애를 질병이나 일시적 시련처럼 이겨 내거나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오인하게 하고,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사회적·제도적 장벽에 있음에도 장애인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게 하거나, 장애인에게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애 극복'이란 표현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장애를 단지 비장애인과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표현이 될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홍 이사장은 해당 소식을 보도하며 '전신마비 극복 유튜버', '전신마비 극복 사랑'이 아닌 '유튜버', '유튜버의 결혼 발표'로만 표현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인기 유튜버 박위가 가수 송지은과 결혼 발표'로 쓰고 본문에 박위씨가 장애 유튜버로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왔는지 설명하면 된다"며 "결혼을 하는 건 장애와 상관없다. 해외 유력 매체에서도 장애를 가진 유명인에 대해 제목에 그 사람을 수식하며 장애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본문 주소:http://www.colorandrhyme.com/news/416e5995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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